이 글은 컴퓨터융합학부 24학번 새내기 5명으로 구성된 팀이, K-해커톤 본선까지 진출하며 경험한 것들을 쓴 것이다. 부디 재밌게 읽어 주시길!
팀 결성 및 접수: 05. 13. ~ 06. 14.
대회에 나가볼까? 하는 생각은 5월쯤부터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직 1학년이기도 하고, 대회는 조금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한 2학년부터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대회에 같이 나가 볼 생각이 없냐고 권유해 줘서(진짜 고맙게 생각함) 일단 4명으로 팀을 결성했다. 👍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던 제12회 K-해커톤 대회 모집 공지.
다른 팀원 친구들은 이미 해커톤 대회에 대해 알고 있던 것 같았고,
내 주변 다른 친구들도 이미 해커톤에 참가했다길래 우리도 이걸로 해 볼까? ...고민.
대회에 나가자고만 했지 어떤 대회를 나갈지는 고민하지 않았어서...
그러다가 내가 결국 K-해커톤에 나가자고 밀어붙였고, 친한 친구 한 명을 더 데려와서 5명 최종 팀을 결성했다.
대회 접수 마감까지 남은 시간은 10일...
아이디어도 아직 없고, 그냥 팀명만 정하고 있던 우리들.
친구 한 명이 자신이 없다는 마음을 토로했는데,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대회에(물론 선발은 지역별로 하지만) 아직 모자란 내가 참여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
그래서 처음에 접수할 때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경험을 쌓아보자는 느낌으로 지냈던 것 같다.
물론 예선부턴 바빠져서, 가벼운 마음에 무게가 계속 더해졌다.
그렇게 정해진 우리의 팀명은 '알고이뜸'. '알고리즘'과 '이뜸'을 합친 팀명이다.
이뜸은 '으뜸'의 방언, 으뜸은 '최고'를 의미하는 단어로,
'그냥 우리가 최고', '알고리즘으로는 우리가 최고', '뭐든 다 알고 있음'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하는 팀명이다.
새내기 다섯 명이 이룬 팀 치고는 패기 당당한 팀명이다.
예선 진출: 06. 17. ~ 07. 04.
그리고 종강 후, 예선을 위해 학교에서 회의를 시작했다.
사진은 내가 냈던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인당 3개는 내야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예선은 진짜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해, 친구들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먼저 ①실현 가능성 ②독창성 ③수익성 세 가지를 고려해 아이디어들을 쳐내는 과정을 거치고,
남은 아이디어 중 가장 사회적 문제와 연관성 있는 아이디어로 채택했다.
(아이디어 정하는 데에만 1주 넘게 걸렸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아이디어는,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여행 경로 추천 서비스"로 정해졌다.
참가 후 해커톤 측에서 예선 제출을 위한 자료를 보내줬는데, (밸류포지션캔버스, 린캔버스, 워크북 등등...)
아이디어 구체화를 위한 자료들로, 그것들과 간단한 소개 영상, 발표 자료, 보고서 등을 예선 기간 내에 제출하면 되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다 정한 우리에게 남은 기한은 6일이었다.
조금만 놀았다가 바로 제출도 못하고 제명당할 수도 있었다.
조원들과 할 일을 분담하였고, 내 담당은 린 캔버스 + 피그마가 되었다.
린 캔버스는 문제점을 적고, 그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비교군이 있는지 조사, 비용이 얼마나 들지, 수익은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지, 주 고객층은 누구인지... 등등 서비스를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는 워크북이었다.
다행히 우리 회의록에 대부분 기록해 놓은 정보들이었고, 해커톤 측에서 이런 워크북은 어떻게 적어야 하는 건지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혹시 대회에 나갈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회의한 내용은 쓸데없어 보여도 일단 구글 공유 문서에 적어두시길...)
피그마로 구현한 애플리케이션 UI. (이건 최종본이고 초반엔 이거랑 완전 달랐음.)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기능 구현을 하진 않았고, 표면적인 레이아웃 정도만 만들어 놓았다.
미리 만들기 시작하길 잘 한 게, 저거 없었으면 그냥 PPT 틀어놓고 말만 하는 재미없는 발표 영상을 만들게 될 뻔했다.
그리고 사실 피그마... 강좌 영상 하나도 안 봤다.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웠는데 나름 잘 익힌 것 같다.
(2학기 수업에 팀플로 앱 만드는 거 있는데 다른 수강생보다 좀 더 유리할 것 같다. ㅎㅎ)
그리고... 발표 자료와 보고서, 피그마 등을 조금만 수정하면 됐던,
예선 자료 제출 마지막날... (07. 04.)
자러 가면 절대 데드라인까지 못 지키겠다는 생각에, 결국 밤샘을 강행했다.
시험 공부할 때도 잘 밤 새지 않던 우리들은 동아리방에서 5시까지도 보고서를 수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때까지도 발표 영상은 만들어지지 않았어서, 급하게 내가 대본을 짜고 영상을 만들었다.
야매로 만든 발표 영상은 무려 오전 9시에 제작이 완료되었고,
이미 해는 뜬 상태였으며, 난 사실 생각해 보니 새벽에 의자에 누워서 2시간 정도 잤던 것 같다. (친구들아 미안해)
그때쯤 보고서도 거의 완료되었고, 발표 자료도 보고서에 맞춰 수정이 이루어졌다.
예선 자료 제출을 완료하고, 해 뜨는 동아리방의 풍경을 보며 나는 본가로 향하는 버스를 타러 나갔다.
다신 밤 새지 말자, 다짐하며 예선 결과만을 기다렸다.
본선 진출: 07. 17. ~ 08. 22.
예선 제출을 끝내고 몇 주 뒤, 7월 17일에 본선 진출 팀 결과가 발표되었다.
나는 본가 친구랑 밥 먹다가 생각나서 팀원들 중 제일 빨리 확인했는데
우리 이름이... 있었다!!
너무 기뻐서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해커톤 측에서 메일이 왔다.
본선에 필요한 건 발표 자료와 데모 영상으로, 심사 기준도 친절하게 적혀 왔다.
우리는 이때 발표 자료 제작/앱 개발/데이터 수집으로 나뉘었는데, 알고 보니 앱 기능 구현을 제대로 하는 건 결선 때나 하는 거더라.
아무튼 심사 기준에 맞춰 발표 자료도 새로 제작했고, 예선에서 뽑혔다는 건 그만큼 아이디어나 그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바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심사 기준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다는 소리이다.)
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작정 산 '안드로이드 앱 프로그래밍 with 코틀린' 책으로 안드로이드 스튜디오를 독학하며 앱을 만들었다... 이것도 하루 정도 해 보니 피그마처럼 손에 착착 잘 붙었다. 물론 레이아웃 구현만 쉬웠지, 기능으로 들어가려니 너무 복잡해서 두 시간은 머리를 짚고 있었던 것 같다.
위에서 말했듯이 기능 구현은 딱히 필요가 없었어서 1주일 정도 붙들던 앱 개발 및 데이터 수집은 중단, 발표 자료와 대본 쪽에 팀원 모두가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그리고 이날도 본선일까지 팀원 대부분이 데모 영상 제작으로 인해 밤샘 가동...
진짜 영상이 제일 우리 발목을 잡은 것 같다. 다음에 대회에 나가게 되면 이젠 진짜 영상만큼은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본선 당일: 08. 22.
충청권 본선은 배재대학교에서 진행되었고, 시설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우리 팀은 20팀 중 10번째 발표 순서였다.
정말 다행히도? 밥 먹기 전에 발표를 끝냈다... 휴.
아무튼 (다른 팀 포함) 심사위원 분들의 질문은 이랬다.
- 수요에 따른 수익이 어느 정도인가?
- 수익성과 시장 가능성은 얼마나?
- 이 앱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쓰이는가?
- 정확한 타겟층은 누구인가? (앱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
- 다른 기업 혹은 서비스와의 경쟁성은 얼마나 되는가?
- 노인이 이 앱을 잘 사용할 수 있겠는가? (해커톤이 사회 문제를 주제로 두는 대회라 다들 노인을 타겟층으로 생각할텐데, 한번쯤 이것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음.)
- 어떤 AI 모델을 사용했는가?
- 법적인 이슈는 없는가?
- (의료쪽의 경우) 의료적인 증거를 제시하라.
- 정확히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 외에 잘 모르겠으면 좀 더 풀어서 설명해달라는 등의 요청도 있었고, 심사위원 분들이 직접 피드백을 해주시며 "이렇게 하면 더 개선될 것 같아요."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오후 3시 좀 넘어서 모든 팀의 발표가 끝나고, 20팀 중 3팀? 사실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그 정도가 결선에 진출했는데,
아쉽게도 우리 팀은 결선 진출에 탈락해 버렸다... ㅠㅠ
아마 안내문에 '다른 부분이 다 동점이면 실현 가능성이 더 높은 팀에 더 높은 점수를 줌'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마침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생각해 낸 팀이 있었다! 그 팀은 진짜로 개발까지 한 걸 내세워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결선에 진출하기도 했고.
아무튼 새내기 5명으로 이루어진,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컴퓨터융합학부 학생들의 2달 반 동안의 대회가 끝이 났다.
처음에는 정말 경험만 쌓자는 마음가짐이었지만, 열심히 하는 팀원들과 함께 '이왕 하는 거 잘 만들자'라는 욕심으로 나도 열심히 임했다.
결선에서 떨어지고 아쉬운 마음이 사실 티는 안 냈어도 무척 컸다. 그래도, 새내기가 본선까지 간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선배들이 응원해 주셔서 빠르게 힘낼 수 있었다!
이번 해커톤 대회를 양분 삼아 다음에 또 다른 대회에 나가게 되면 절대 밤 새지 않고... ㅎㅎ 누구보다 뛰어난 아이디어로 다시 승부 보고 싶다.
사실 해커톤 대회로 배운 게 참 많았다. 린 캔버스도 그렇고, 팀플은 어떻게 하는 거다... 싶은 것들.
회의는 단순 카카오톡이 아니라 디스코드 등으로 하는 게 더 나았다. (음성 통화와 화면 공유로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니까)
회의록은 모두 구글 공유 문서에 기록해 두었고, 파일은 카카오톡에 보내다가 막바지엔 디스코드를 애용했다.
개발은 두 명이서 시도했는데, 서로 똑같은 화면 레이아웃 만들다가 겹쳐서 결국 누구 한 명이 코딩한 것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그래서... 섹션을 나누고 합치는 게 나을 것 같다.
사실... 내년 3월이면 내가 1년 반 동안 없어지는데, 그 전에 다른 대회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이 팀원들과 다시 한번 대회에 임해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다.
그 전까지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공부 해야겠지?
끝!